최민식·한소희 ‘인턴’, 한국판이 다시 묻는 세대 공존과 어른의 태도
최민식·한소희 ‘인턴’, 한국판이 다시 묻는 세대 공존과 어른의 태도
최민식과 한소희가 주연한 한국 영화 ‘인턴’이 세대가 다른 두 직장인의 만남을 통해 경험과 변화, 공존의 의미를 다시 꺼내 들었다. 1959년생 기호 역의 최민식은 과거 출판사를 이끌었던 경험을 뒤로하고 온라인 기반 패션기업의 시니어 인턴으로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한소희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이끄는 젊은 대표 선우를 연기한다. 두 사람은 3개월 동안 상사와 인턴으로 만나 서로 다른 세대가 한 조직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도영 감독이 연출한 한국판 ‘인턴’은 2015년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바탕으로 한다. 원작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연기했던 세대 차이와 직장 내 관계를 한국 사회와 기업 문화에 맞춰 다시 구성한 작품이다. 원작 개봉 후 11년이 흘렀지만 고령층의 경험을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서로 다른 세대가 직장에서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라는 질문은 한국판에서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한국판 영화 ‘인턴’은 어떤 작품인가
이야기의 중심에는 시니어 인턴 기호가 있다. 그는 한때 출판사 대표를 지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과거의 직책이나 경력을 앞세우지 않는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패션기업에 들어간 뒤 자신보다 훨씬 젊은 대표 선우를 보좌하며 익숙하지 않은 업무 환경을 하나씩 배워간다.
선우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책임지는 경영자다. 회사의 성장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는 동시에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고민을 안고 있다. 오랜 사회 경험을 가진 기호와 새로운 시대의 기업을 이끄는 선우의 만남이 영화의 핵심 관계를 형성한다.
원작의 기본 설정도 이와 유사하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 휘태커는 은퇴 이후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앤 해서웨이가 맡은 줄스 오스틴이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서로 다른 세대와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가까워지는 과정이 원작의 중심이었다.
한국판은 이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이름과 직업적 배경, 주변 관계와 구체적인 사건을 한국적인 환경에 맞춰 다시 구성했다. 특히 기호를 단순히 오랜 경험을 가진 인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조직에 들어온 사람이 과거의 경력을 어떻게 내려놓고 다른 세대와 관계를 맺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왕년에 내가’보다 먼저 배우는 기호
기호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특징은 자신의 과거를 앞세우지 않는 태도다. 출판사 대표를 지냈다는 경력이 있지만 패션기업에서는 자신이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익숙하지 않은 회사 문화와 업무 방식 앞에서 먼저 관찰하고 배우려 한다.
그렇다고 경험을 완전히 감추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는 오랜 사회생활에서 쌓은 판단과 관계 경험을 활용한다. 다만 자신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기보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젊은 상사를 대할 때도 나이와 경력을 근거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조직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가 다루는 ‘경륜’의 의미와 연결된다. 오랜 경험이 가치가 있으려면 단순히 과거의 성공담을 반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현재의 환경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호가 새로운 업무를 배우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젊은 세대의 새로운 방식이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만든다.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도 같은 방향으로 전개된다. 영화 초반 기호는 패션기업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여러 차이를 경험하지만,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서로를 적대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는 빠르게 변화한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한 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호 역시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2015년 원작에서 이어진 ‘경험의 가치’
한국판의 출발점인 2015년 영화 ‘인턴’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9월 개봉해 장기간 관객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은퇴한 70세 남성이 온라인 패션기업의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통해 직장과 세대 관계를 따뜻한 코미디 드라마로 풀어냈다.
원작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많은 인물이 젊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인생을 가르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벤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 다른 기업 문화를 받아들이고, 줄스 역시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던 벤과 가까워지면서 그의 경험을 신뢰하게 된다. 회사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를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공간이라는 관점이 작품 전반에 자리한다.
한국판 역시 경험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원작의 핵심을 이어받는다. 동시에 경험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권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필요한 순간 자신의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최민식과 한소희, 세대 차이를 연기 호흡으로 연결
영화의 또 다른 중심은 최민식과 한소희의 조합이다. 실제로도 세대 차이가 큰 두 배우가 각각 시니어 인턴과 젊은 기업 대표를 맡으면서 작품의 설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기호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상대 배우가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주는 인물이다. 기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조언자로 등장하기보다 선우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관계에 가깝다.
한소희가 맡은 선우는 회사의 빠른 성장과 개인적인 관계에서 동시에 고민하는 인물이다. 젊은 경영자로서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와 개인으로서 겪는 문제를 함께 표현하면서 기호와 다른 방향의 삶의 경험을 보여준다.
두 인물의 관계가 두드러지는 공간 가운데 하나는 도쿄다. 두 사람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은 직장 내 대표와 인턴이라는 관계에서 한 걸음 벗어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순간으로 구성됐다.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고 한국판의 두 주인공이 형성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작과 달라진 한국판의 초점
한국판 ‘인턴’은 원작의 시니어 인턴이라는 기본 설정을 가져왔지만 2026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다시 해석했다. 특히 기호가 가진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을 사용하는 태도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기호는 자신보다 젊은 상사에게 먼저 배우려고 하고, 조직에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선다. 자신의 과거 직책을 내세워 현재의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시니어의 역할은 자리를 유지하거나 과거의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쪽에 가깝다.
다만 두 주인공의 변화가 완전히 같은 비중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기호의 존재와 조언은 선우와 회사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 기호 자신은 처음부터 비교적 완성된 태도를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선우의 고민과 변화는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기호의 내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은 작품을 바라보는 하나의 지점이 된다.
이는 원작과 한국판을 비교할 때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시니어 인턴과 젊은 대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한국판에서는 기호가 보여주는 ‘어른의 태도’에 보다 많은 무게가 실린다.
11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꺼낸 세대 공존의 질문
2015년 원작이 등장했을 때 시니어 인턴이라는 설정은 은퇴 이후에도 충분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직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통해 세대 공존을 다뤘다. 11년 뒤 만들어진 한국판 역시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배경은 한국의 온라인 패션기업과 직장 문화로 바뀌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대 관계는 어느 한쪽이 다른 세대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으로 향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산업과 업무 방식에 대한 경험이 있고, 오랜 사회생활을 한 세대에게는 다양한 상황과 인간관계를 겪으며 축적한 경험이 있다. 기호와 선우의 관계는 서로 다른 경험이 같은 조직 안에서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한국판 ‘인턴’이 다시 꺼낸 질문은 나이 그 자체보다 나이에 맞는 역할과 태도에 가깝다. 과거의 경력을 앞세우기보다 새로운 환경을 배우고, 필요할 때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자신보다 젊은 사람의 위치와 판단을 존중하는 기호의 모습이 영화의 중심에 놓인다.
최민식과 한소희라는 서로 다른 세대의 배우가 이 관계를 연기한다는 점도 작품의 메시지와 맞닿는다. 11년 전 할리우드 영화가 던졌던 은퇴와 일, 경험의 가치에 관한 질문은 한국의 직장과 세대 관계를 배경으로 다시 구성됐다. 한국판 ‘인턴’은 시니어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일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