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기전세주택 첫 20년 만기 임박…거주 연장 요구에 시 “원칙적으로 불가”
서울 장기전세주택 첫 20년 만기 임박…거주 연장 요구에 시 “원칙적으로 불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서 최장 거주기간인 20년을 채우는 가구가 내년 처음 나온다. 기존 입주자들은 달라진 주거 환경을 고려해 계약을 연장하거나 분양전환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공급과 형평성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년 310가구 시작으로 만기 도래
서울시가 30일 공개한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장기전세주택은 총 3만7712가구다. 순수 장기전세주택이 2만746가구이며 국민임대 전환분 1만661가구, 공공임대 전환분 6305가구로 구성돼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시민에게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주택을 장기간 공급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계약은 2년마다 갱신하며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는 최장 거주기간이 20년이라는 점과 분양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영구 거주권이나 향후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도입된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만기 대상은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로 늘어난다. 향후 5년 동안 총 9361가구가 순차적으로 20년의 거주기간을 채우게 된다.
입주민 “집값 상승과 고령화 고려해야”
일부 입주민은 장기전세주택에서 거주한 약 20년 동안 주변 주택 가격과 전셋값이 크게 상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 당시 중년이었던 주민 중 상당수가 고령층이 된 만큼 현재의 경제적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일정 기간 계약을 추가로 연장하거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입주자에게 분양전환 기회를 제공해 기존 생활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혼부부 대상 장기전세주택Ⅱ인 ‘미리내집’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분양전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근거로 기존 장기전세주택에도 유사한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시 “신규 무주택자 입주 기회 줄어”
서울시는 기존 장기전세주택과 미리내집은 정책 목적과 입주 대상, 지원 조건이 서로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입주자의 거주기간을 일괄적으로 늘리면 해당 주택에 새롭게 들어갈 무주택자의 기회가 감소하고, 공공임대주택이 여러 시민에게 순환 공급되는 구조도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3억49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6억4800만원의 약 54% 수준이다. 서울시는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최대 20년간 주거 안정을 지원한 뒤 해당 주택을 다음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제도의 본래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계약조건과 입주자 간 형평성도 쟁점
만기를 앞둔 일부 가구에만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허용할 경우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고 이미 퇴거했거나 별도의 주거지를 마련한 기존 입주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후 만기를 맞는 가구들이 같은 요구를 이어가면 최초 계약조건과 공공주택 공급계획의 예측 가능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우려다.
다만 고령자와 저소득층처럼 만기 이후 스스로 새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대책은 별도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모든 입주자의 계약을 일괄 연장하기보다 소득과 자산 등 개별 상황을 살펴 다른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복지제도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주택 혜택 다수 시민에게 돌아가야”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장기전세주택이 용도지역과 용적률 상향을 비롯한 도시계획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확보되는 공공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혜택이 특정 입주자에게 귀속되면 공공주택 확보를 위해 제공한 도시계획 인센티브의 취지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며,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 공정성에 부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