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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네시스 GV90, 초고급 전기 SUV 시장 진입…달라진 럭셔리 경쟁

2026-09-02 06:27:02
제네시스가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을 공개했다. 123.5㎾h 배터리와 500㎞ 주행거리, 회전식 좌석과 코치도어 등을 앞세워 초고급차 시장에 도전한다.

제네시스 GV90, 초고급 전기 SUV 시장 진입…달라진 럭셔리 경쟁

제네시스가 첫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GV90을 앞세워 초고급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다. 성능과 소재, 브랜드 역사로 평가받던 고급차 시장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실내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제네시스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독일 대형 세단 중심이던 고급차 시장의 변화

과거 고급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 주도했다. 배기량과 주행 성능, 승차감, 고급 소재에 오랜 역사가 결합되면서 브랜드별 위계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세단뿐 아니라 대형 SUV가 고급차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내연기관에 전기차가 더해졌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도 프리미엄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성능과 디자인, 브랜드에 집중됐던 프리미엄의 기준이 기능과 제품 속성까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제네시스 첫 최상위 SUV GV90 공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19일 현지 시간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GV90을 공개했다. 2015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처음 선보인 최상위 SUV다.

G90과 GV80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제네시스는 GV90을 통해 브랜드의 가격과 이미지 상단을 초고급차 영역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공개 행사에서 GV90이 제네시스가 바라보는 미래 럭셔리의 방향을 보여주는 차량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기술 그 자체보다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혁신에 의미를 뒀다.

123.5㎾h 배터리와 자체 측정 500㎞ 주행거리

GV90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을 위해 개발된 전동화 플랫폼 ‘eM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차체 길이는 5285㎜, 축간거리는 3245㎜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큰 123.5㎾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7인승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자체 측정 기준 500㎞다. 350㎾급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2분이 걸린다.

전륜과 후륜 모터를 합친 최고출력은 490㎾이며 최대토크는 800Nm다.

이동수단 넘어 대화·휴식·업무 공간으로

제네시스는 GV90의 핵심 가치를 수치로 표시되는 성능보다 탑승자가 차 안에서 경험하는 공간에 뒀다.

평평한 바닥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넓혔고 팝업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와 25개 스피커로 구성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상위 모델인 ‘GV90 네오룬’에는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차체 중앙의 B필러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앞뒤 문이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열린다.

앞좌석은 180도 회전해 탑승자들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다. 4인승 이그제큐티브 스위트에는 온돌에서 착안한 원목 바닥과 적재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는 파티션을 넣었다.

제네시스는 이를 통해 자동차를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수단에 한정하지 않고 대화하고 쉬거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마이바흐·캐딜락과 경쟁하는 ‘헤일로 카’

GV90은 해외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등 최고급 대형 전기 SUV와 비교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시스는 특정 경쟁 모델을 직접 지목하기보다 기존 고급차에서 얻기 어려웠던 공간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GV90에는 향후 제네시스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 모델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브랜드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헤일로 카’ 역할도 맡는다. 차량 선택부터 인도까지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화와 골프, 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활용한 별도 마케팅도 준비한다.

미국 10만달러 이상 시장 성장 전망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의 10만달러 이상 럭셔리 자동차 시장이 2025년 1100억달러에서 2035년 1800억∼215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만∼17만달러 가격대 시장은 같은 기간 800억달러에서 1400억∼165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격대를 높여 해당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0만달러 이상 고급차는 대중차보다 가치가 오래 유지되고 중고차 거래도 활발해 거시경제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자산이 많은 최상위 고객층의 부가 늘어나는 점도 장기적인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혔다.

독일 브랜드 영향력 여전하지만 경쟁은 다자전

독일 브랜드가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렉서스와 제네시스 등 비독일계 브랜드의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렉서스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65만4716대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 제네시스는 21만9866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연간 판매량 20만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은 2024년 202만5692대에서 192만4450대로 감소했다. BMW도 206만1550대에서 202만8795대로 줄었다.

다만 대형 세단의 상징성은 여전히 강하다. 국내에서 BMW 7시리즈는 올해 1∼4월 수입 대형 세단 판매 1위를 유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5월 사전계약을 시작한 신형 S클래스와 마이바흐 S클래스도 8월 중순까지 2500대 넘게 계약됐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벤틀리 벤테이가 등 대형 SUV의 영향력도 커졌다. 넓은 뒷좌석과 적재 공간을 원하는 쇼퍼드리븐 수요가 SUV로 이동하면서 의전 차량과 고급 패밀리카의 경계도 옅어지고 있다.

전동화로 늘어난 대형 럭셔리 SUV

마이바흐는 2023년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SUV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를 선보였다.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IQ에 이어 차체를 늘린 에스컬레이드 IQL을 추가했다.

루시드는 그래비티, 볼보는 EX90을 통해 대형 전기 SUV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제네시스 GV90까지 합류하면서 초대형 전기 SUV 시장의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을 줄여 고급차가 요구하는 정숙성을 구현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무거운 배터리로 인해 승차감 설계가 어려워 에어 서스펜션과 차체 제어, 배터리 경량화 기술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잔존가치를 고려하면 순수 전기차만으로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등 다양한 동력원이 시장별로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BMW 알피나·토요타 센추리도 최상위 시장 공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브랜드의 가격 상단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BMW그룹은 2022년 알피나 상표권을 인수한 뒤 올해 ‘BMW 알피나’를 출범시켰다. BMW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벤틀리와 마이바흐 등을 겨냥한다. 국내에서는 2027년 하반기 BMW 전시장 7곳에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2028년 초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토요타그룹은 지난해 10월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센추리’를 독립 브랜드로 격상하고 쿠페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토요타와 렉서스, 센추리로 이어지는 브랜드 위계를 구축해 가격대를 더욱 세분화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업체도 수억원대 고급차 시장 진입

중국에서는 현지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와 전동화 기술, 인공지능,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결합해 유럽 고급차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포르쉐가 전년보다 26%, BMW가 13% 감소했다.

BYD는 대중 브랜드 위에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와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양왕을 운영한다. 양왕 U7은 62만8000위안, 전기 슈퍼카 U9은 168만위안부터 시작한다.

양왕은 지난 7월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참가했다. 류쉐량 BYD그룹 부총재는 지난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양왕을 비롯한 고급 브랜드의 한국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니오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ET9은 76만8000위안부터 시작하며 900V 전기 시스템과 액티브 서스펜션, 냉장고와 샴페인 테이블 등을 갖췄다. 니오는 대형 플래그십 SUV ES9도 추가했다.

화웨이와 JAC가 공동 개발한 마에스트로 S800의 가격은 70만8000∼101만8000위안이다. 디이자동차 산하 홍치는 지난해 46만대 이상을 판매해 전년보다 약 12% 성장했으며, 최상위 ‘골든 선플라워’ 라인도 별도로 운영한다.

명성·기술 경험·개인화가 향후 승부처

고급차 시장의 첫 번째 경쟁력은 여전히 브랜드 명성이다. 맥킨지가 15만달러 이상 고급차 구매자와 구매 예정자를 조사한 결과, 헤리티지가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74%였다.

후발 브랜드에는 구매와 정비, 재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며 신뢰를 쌓는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콜이 발생했을 때 차량 회수와 동급 차량 대차를 신속히 제공하는 수준의 차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상품성과 기술 경험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자·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나오는 차별화된 경험이 앞으로 브랜드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은 개인화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가 주도해온 주문제작 방식이 1억원 이상 고급차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1만747대를 인도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매출은 32억유로, 영업이익률은 24%였으며 판매 차량의 94%에는 한 가지 이상의 개인화 옵션이 적용됐다.

GV90의 성패도 단순한 출력과 주행거리보다 브랜드 신뢰, 차량 안에서 제공하는 기술 경험, 고객별 맞춤 서비스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제네시스는 초대형 전기 SUV를 통해 기존 고급차의 문법을 따르는 대신 새로운 럭셔리 공간을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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