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A형 이견우, 주사약 들고 세계여행…“주어진 시간은 보너스”
혈우병 A형 이견우, 주사약 들고 세계여행…“주어진 시간은 보너스”
선천성 중증 혈우병 A형을 앓고 있는 가수 겸 여행 크리에이터 이견우가 출혈 위험을 안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는 출혈과 치료를 경험했고 코로나19 시기 물류센터에서 일한 뒤 온몸에 출혈이 발생해 일주일 동안 앓아누웠지만, 이후 자신의 삶을 미루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여행 크리에이터 ‘유리몸이군’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이견우는 9월 1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60회 ‘오 놀라워라’ 특집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는 이견우를 비롯해 교통 리포터 배아량, MIT 김상배 교수, 배우 유해진이 출연했다. 이견우는 자신의 질환과 치료 과정,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부담, 가수의 꿈과 생계 문제, 그리고 세계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차례로 털어놨다.
이견우가 앓는 중증 혈우병 A형은 어떤 질환인가
이견우는 방송에서 자신을 선천성 중증 혈우병 A형 환자라고 소개했다. 혈우병은 혈액 응고에 필요한 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발생했을 때 정상적으로 지혈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유전성 출혈 질환이다. A형 혈우병은 혈액응고 제8인자가 부족한 경우를 말한다.
중증 혈우병에서는 특별한 외상이 없더라도 자연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반복되는 관절 출혈은 장기적으로 관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머리나 내부 장기에서 발생하는 출혈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세계혈우연맹도 중증 혈우병 환자의 출혈과 관절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장기적인 예방요법을 표준적인 관리 방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견우 역시 방송에서 갑자기 몸이 붓는 자연 출혈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혈 예방을 위해 현재도 일주일에 두 차례 주사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할 때도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사약을 직접 챙기고 해외 입국 과정에서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혈우병 영문 진단서도 함께 준비한다.
이는 이견우에게 세계여행이 일반적인 여행 준비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목적지와 숙박, 이동 수단뿐 아니라 출혈에 대비할 치료 수단을 여행 짐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 무렵 작은 멍에서 시작된 혈우병 진단
이견우가 혈우병 진단을 받은 것은 돌 무렵이었다. 엉덩이에 생긴 작은 멍을 발견한 가족이 병원을 찾았고 이를 계기로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견우는 자신이 태어났을 당시 혈우병 환자의 평균 수명이 20세 정도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며, 부모가 진단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에게 당시 상황을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송에서 언급된 ‘평균 수명 20세’는 이견우 가족이 과거 진단 당시 접했던 이야기의 맥락이다. 현재 혈우병의 치료 환경을 그대로 나타내는 수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혈우병 치료는 응고인자 보충과 예방요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현재 국제 진료지침에서도 중증 환자가 출혈을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예방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이견우의 사례에서도 치료 환경의 변화가 드러난다. 그는 현재 치료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어린 시절에는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컸다고 회상했다.
“지금 용량이면 한 달 몇백만원”…어머니가 여러 일 병행
유재석이 치료 비용에 관해 묻자 이견우는 현재는 다행히 지원을 받고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지금 자신이 투여하는 주사 용량을 과거 비용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몇백만원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부담은 가족에게 직접적인 생계 문제였다. 이견우에 따르면 어머니는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우유 배달부터 어린이집 운전, 의료 보조, 저녁 식당 일까지 여러 일을 했다. 주사를 맞아야 할 시기가 되면 주변에 도움을 구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혈우병에서 예방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출혈이 발생한 뒤에만 대응하는 것보다 출혈 자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혈우연맹은 예방요법을 정기적으로 지혈 치료제를 투여해 특히 관절 출혈과 반복 출혈을 막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중증 혈우병 환자에게는 환자의 출혈 양상과 관절 상태 등에 맞춰 예방요법을 개별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견우가 일주일에 두 번 주사를 맞는다고 설명한 것도 자신의 출혈 위험을 관리하면서 생활하기 위한 개인 치료 과정에 해당한다.
물류센터 냉동고 근무 뒤 머리부터 발끝까지 출혈
이견우의 삶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된 것은 코로나19 시기였다. 고등학교 동창인 아내의 응원을 받으며 가수의 꿈을 이어갔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물류센터 냉동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근무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견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출혈이 생겼고 매일 주사를 맞으면서 일주일 동안 앓아누웠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이후 공장과 온라인 쇼핑몰, 인사 관련 업무 등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연락을 받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와 취업 현실이 동시에 겹치면서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미래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특히 아내가 반복해서 건넨 “괜찮다”는 말은 오히려 이견우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겼다. 자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적인 무게를 아내가 함께 견디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더 나빠질 가능성을 생각할 때 자신의 미래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삶을 미루는 대신 세계여행을 선택하다
이견우가 여행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경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지금 주어진 시간을 ‘보너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언젠가를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여행 크리에이터 ‘유리몸이군’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체력과 준비가 필요한 장거리 여행을 출혈 위험이 있는 혈우병 환자가 직접 경험하고 콘텐츠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행의 전제는 자신의 질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견우는 방송에서 짐을 챙길 때 반드시 준비하는 물품으로 주사약과 혈우병 영문 진단서를 꼽았다. 치료가 필요한 몸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전 공개된 내용에서도 이견우는 24시간 출혈 위험을 안고 세계를 여행하는 인물로 소개됐다. 여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겪었다. 첫 해외여행부터 어려움을 경험했고, 몽골 대초원에서 홀로 남겨지는 상황을 겪는 등 일반적인 여행보다 훨씬 복잡한 변수와 마주했다고 전했다.
20년 곁을 지킨 아내가 전한 메시지
이날 방송에서 이견우의 이야기와 함께 비중 있게 소개된 인물은 아내였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왔다. 가수의 꿈을 꾸던 시기부터 생계와 건강 문제를 겪고 여행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까지 아내는 이견우의 곁을 지켰다.
아내는 방송을 통해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견우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행을 이어간 뒤 다시 돌아와 함께 즐겁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견우가 ‘유퀴즈’에서 전한 이야기는 혈우병이라는 질환 자체뿐 아니라 만성적인 출혈 위험 속에서 직업과 가족, 꿈을 어떻게 선택해왔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류센터 근무 후 온몸에 출혈이 발생해 다시 일을 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했지만, 그 경험 이후 삶을 계속 미루는 대신 여행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동시에 그의 사례는 중증 혈우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치료와 출혈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준다. 세계를 여행할 때도 주사약과 진단서를 가장 중요한 준비물로 챙긴다는 이견우의 설명처럼, 여행 크리에이터라는 현재의 삶 역시 질환을 외면하는 방식이 아니라 치료와 관리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돌 무렵 혈우병 진단을 받은 아이에서 가수를 꿈꾸던 청년을 거쳐 세계를 여행하는 크리에이터가 된 이견우. 그는 자신의 몸에 존재하는 한계를 숨기기보다 ‘유리몸이군’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내며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9월 16일 ‘유퀴즈’에서 공개된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세계여행을 선택하기까지 가족과 함께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삶을 동시에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