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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산 경성대·부경대 상권 공실 확산…418곳 중 127곳 비었다

2026-09-17 05:50:51
부산 경성대·부경대 상권에서 전체 418개 상가 중 127곳이 빈 점포로 집계되는 등 자영업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체감경기 악화와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 부담이 겹친 가운데 부산시는 1조2000억원 규모의 1%대 저리·대환대출 지원에 나섰다.

부산 경성대·부경대 상권 공실 확산…418곳 중 127곳 비었다

부산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인 남구 경성대·부경대 일대에서 공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이 지역 상가 418곳 가운데 127곳이 빈 점포로 집계됐다. 한때 약 100억원의 가치가 거론됐던 인근 상가가 최근 33억원에도 거래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는 등 상권 침체가 상업용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 소상공인의 경기 체감지수도 하락하면서 지역 자영업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상권 침체는 대학가 한 곳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소비가 해운대와 광안리 등 일부 주요 관광 상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물가 부담과 내수 부진, 대출 부담 등이 겹치면서 지역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기는 관광객 증가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금융기관과 손잡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착수했다.

경성대·부경대 상권, 418개 점포 중 127곳 공실

경성대·부경대 상권은 부산 남구의 두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학가 상권이다. 학생과 젊은 층을 주요 소비 기반으로 음식점과 주점, 카페, 소매점 등이 밀집하면서 오랫동안 남구의 핵심 상업지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현장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16일 점심시간에도 주요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고 곳곳에서 임대 안내가 붙은 점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전 권리금이 3억원에 육박했던 한 상가는 현재 1층과 2층이 모두 비어 수개월째 공실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치로도 상권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기준 경성대·부경대 일대 전체 상가 418곳 가운데 127곳이 빈 점포였다. 단순 계산하면 약 30%에 해당한다. 점포 세 곳 가운데 한 곳에 가까운 규모가 비어 있는 셈이다.

공실이 장기간 이어지면 점포를 넘길 때 형성되던 권리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지 상인들 사이에서는 주변 공실 증가로 권리금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양선명 유엔남구대학로자율상권조합 이사장은 한때 100억원 수준의 가치가 있었던 인근 상가가 최근 33억원에도 팔리지 않는 사례를 언급하며 상권 전체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50억원 상권 활성화 사업에도 공실 부담

경성대·부경대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공공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부산시, 부산 남구는 지난해부터 매년 50억원을 투입해 이 지역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127개 점포가 비어 있다는 것은 상권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상가 시설이나 거리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소비 수요와 유동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가 소비와 지역 주민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별 점포의 매출 회복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부산 전체 관광시장의 성장과 지역 상권의 체감경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규모는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관광객의 소비와 이동이 해운대와 광안리 같은 대표 관광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도 소비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면 경성대·부경대와 같은 생활·대학가 상권의 자영업자가 이를 매출 증가로 체감하기 어렵다. 부산 관광산업의 외형 확대와 개별 골목상권의 경기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이다.

부산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 80.5에서 70.1로

소상공인의 심리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는 올해 5월 80.5에서 8월 70.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경기체감지수 역시 60.7에서 58.3으로 떨어졌다.

이들 지수는 기준치 100을 중심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전망지수가 3개월 사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는 것은 향후 영업 환경을 바라보는 소상공인의 기대가 빠르게 약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산 소비자들의 전체적인 심리와 세부 소비 항목 사이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8월 부산 소비자심리지수는 111.8로 7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외식비 소비지출전망이 100에서 95로, 여행비는 96에서 93으로 떨어졌다. 현재경기판단지수 역시 86에서 82로 낮아졌다.

물가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동남지방데이터청에 따르면 8월 부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도 2.7% 올랐다. 자영업자는 소비자의 지출 위축과 함께 임대료, 원재료비, 인건비, 금융비용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여러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수 변화에 민감하다.

자영업자 수 감소…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도 부담

부산의 자영업자 수 자체도 줄었다. 동남지방데이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8월 34만2000명이었던 부산 자영업자는 올해 8월 29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3년 사이 4만8000명이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노동시장 주변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부산의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8월 44만6000명에서 올해 8월 45만9000명으로 1만3000명 증가했다. 자영업 감소를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점포 공실과 체감경기 하락, 사업자 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지역 상권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산은행의 올해 상반기 무수익여신 규모는 64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9%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대출 원금이나 이자가 정상적으로 회수되지 않는 등 금융회사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여신을 의미한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상승했다. 2021년 0.24% 수준이었던 부산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0.96%까지 높아졌다. 매출 감소가 장기화된 사업자에게 기존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폐업이나 채무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어 금융지원 정책에서도 개인사업자가 주요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부산시 1조2000억원 ‘민생112’ 금융지원

부산시는 소상공인의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과 함께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섰다. 부산시는 9월 15일 부산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과 부산신용보증재단이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종합 금융지원 프로젝트인 ‘민생112’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원은 신규 대출과 기존 고금리 대출의 대환을 함께 포함한다. 부산시는 이차보전 등을 통해 소상공인이 실제 부담하는 금리를 1%대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조2000억원은 단일 상품 기준 부산시의 역대 최대 규모 소상공인 금융지원이며, 부산시는 4만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접수는 9월 17일부터 시작된다. 신규대출은 최대 5000만원, 대환대출은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업자가 높은 금리의 기존 채무를 보다 낮은 부담의 대출로 전환하거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사업은 부산시가 지난 7월 발표한 ‘민생 100일 비상조치’의 소상공인 지원책 가운데 하나다. 당시 부산시는 소상공인 경영위기 지원과 시민 부담 경감·상권 활성화, 민생 안전망 구축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소상공인 저리대출뿐 아니라 동백전 관련 소비 활성화, 빈 점포 활용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관광객 증가와 골목상권 회복 사이 남은 과제

경성대·부경대 상권의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도시 전체의 관광객 증가가 모든 지역 상권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관광객이 집중되는 지역과 대학가·생활권 상권 사이의 소비 흐름이 달라지면서 상권별 체감경기의 차이도 커질 수 있다.

공실이 늘어난 상권에서는 영업 중인 점포도 영향을 받는다. 주변 점포가 잇따라 문을 닫으면 방문 목적이 줄고 유동인구가 감소하면서 남아 있는 상점의 영업 환경까지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성대·부경대 상권에 매년 50억원 규모의 활성화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상당한 공실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제 유동인구와 소비 회복 여부가 중요해졌다.

부산시의 금융지원은 당장 대출 이자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다. 반면 장기간 이어진 상가 공실과 상권 가치 하락은 금융비용 완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경성대·부경대 일대의 빈 점포 감소와 자영업자 체감경기 회복 여부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금융지원과 상권 활성화 정책의 실제 효과를 확인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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