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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령 상품권업체로 934억원 세탁…경찰,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 적발

2026-09-15 06:06:23
상품권 유통업체로 위장한 유령회사를 운영하며 투자 리딩방·중고거래 사기 조직의 범죄수익금 934억원을 세탁한 일당 7명이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사기와 자금세탁을 별도 조직이 나눠 맡는 외주형 범죄 구조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령 상품권업체로 934억원 세탁…경찰,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 적발

상품권 유통업체로 위장한 회사를 운영하면서 투자 리딩방 사기와 중고거래 사기 조직의 범죄수익금 934억원을 현금화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직접 사기 범행에 참여하기보다 범죄조직으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자금세탁만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기 범행과 범죄수익 세탁을 서로 다른 조직이 나눠 담당한 ‘외주형 자금세탁’ 형태로 보고 공범과 의뢰 조직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40대 총책 A씨 등 7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과 경기 안산·고양·시흥 등 수도권 5곳에 상품권 업체를 차려놓고 93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금은 여러 계좌를 거쳐 상품권 업체 명의 계좌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자금세탁은 피해자가 사기조직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내는 단계에서 시작됐다. 투자 리딩방 사기나 중고물품 거래 사기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면 범죄조직은 이를 곧바로 현금화하지 않고 여러 개의 2차·3차 계좌로 분산 이체했다.

여러 계좌를 거친 자금은 최종적으로 A씨 일당이 운영하는 상품권 업체 명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 등은 계좌별 출금 한도에 맞춰 돈을 현금이나 수표로 바꿨다.

한 계좌에서 하루 출금 한도를 채우면 다른 조직원이 사용하는 계좌로 돈을 다시 옮겨 추가 인출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적게는 하루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약 10억원까지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인출한 현금은 바로 범죄조직에 전달되지 않고 사무실에 보관됐다가 돈을 찾으러 온 범죄조직 관계자에게 넘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송금액이 여러 계좌를 거쳐 상품권 업체 계좌에 들어온 뒤 현금으로 바뀌는 구조가 반복된 셈이다.

경찰이 확인한 입금액만 934억원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5개 업체 계좌의 입금액은 총 934억원이다. 검거 당시 관련 계좌에는 별다른 잔액이 남아 있지 않았고, 경찰은 계좌로 들어온 자금 대부분이 이미 현금화된 것으로 파악했다.

934억원이라는 금액은 단일 계좌에 한 번에 들어온 자금이 아니라 여러 피해자와 여러 사기 사건에서 발생한 돈이 단계적으로 이동하면서 누적된 규모다. 경찰은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에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이들 업체와 연결된 계좌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별도의 자금세탁 조직을 특정했다.

수사는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검거 단계로 이어졌다. 경찰은 조직원들을 차례로 붙잡아 검찰에 넘겼으며 총책으로 지목된 40대 A씨도 지난 11일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A씨는 현재 전반적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왜 상품권 업체로 위장했나

A씨 일당이 상품권 유통업체를 내세운 이유는 대규모 자금의 입출금을 정상적인 영업 거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권 유통업은 실제로 대량의 상품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자금이 오갈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이런 업종의 특성을 이용해 계좌에 거액이 입금되거나 현금 인출이 반복되더라도 상품권 거래 대금이라고 설명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회사 이름만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었다. A씨 일당은 실제 사업자등록을 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오프라인 사무실까지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장부도 작성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이 업체들이 실제로 상품권을 사고판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외형상으로는 상품권 유통회사의 모습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수익금을 받아 현금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사기 범죄를 저지른 조직과 범죄수익을 세탁한 조직이 분리돼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기조직 내부에서 대포통장 등을 이용해 피해금을 여러 계좌로 이동시키고 별도의 인출책을 통해 현금을 찾는 방식이 활용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사기조직이 자금세탁 업무 자체를 외부 조직에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투자 리딩방 사기나 중고거래 사기 행위 자체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범죄조직이 넘긴 돈을 현금화하는 업무를 전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이를 ‘외주형 자금세탁 조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죄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는 역할부터 피해금 이체, 현금화까지 모두 직접 수행하는 대신 각 단계를 별도 조직에 맡기는 분업 형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범죄 조직 점조직화·분산화도 수사 대상

경찰은 사기 범죄조직이 점차 여러 조직으로 분산되고 역할도 세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를 속이는 조직과 계좌를 관리하는 인력, 현금을 인출하는 인력, 자금을 세탁하는 조직이 서로 분리될 경우 전체 범죄 구조를 추적하는 과정도 복잡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자금세탁 조직만 검거됐다고 해서 수사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은 아직 붙잡히지 않은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이들에게 자금세탁을 의뢰한 사기조직의 정체와 범죄수익 규모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자금세탁 대가로 지급된 수수료 규모 역시 추가 수사 대상이다. A씨 일당이 전체 934억원 가운데 어느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는지, 자금세탁을 의뢰한 범죄조직이 몇 곳인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이 진행되고 있다.

리딩방 사기 자금 추적하다 별도 조직 포착

경찰이 이번 조직을 파악한 출발점은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이었다. 피해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던 경찰은 여러 계좌를 거친 돈이 특정 상품권 업체 명의 계좌로 반복적으로 모이는 흐름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상품권 거래라면 상품권 매입과 판매에 따른 실제 거래 관계가 확인돼야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거래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피해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계좌에 들어온 뒤 현금이나 수표로 빠르게 바뀌는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러한 자금 흐름과 사무실 운영 형태, 계좌 사용 내역 등을 토대로 A씨 일당이 단순한 상품권 업체가 아니라 범죄수익 세탁을 전문적으로 맡는 조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세탁 의뢰 조직과 공범 추가 추적

현재 경찰 수사의 초점은 검거된 7명 외에 추가 공범이 있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범죄수익금 세탁을 맡긴 사기조직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데 맞춰져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934억원은 경찰이 5개 업체 계좌를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규모다. 해당 자금이 어떤 사기 사건에서 발생했는지와 각각의 피해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수사 과정에서 중요하다.

경찰은 범죄수익을 만든 사기조직과 세탁 조직이 서로 분리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범행 역할이 세분화될수록 한 조직을 검거해도 다른 조직이 남아 범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거되지 않은 공범을 계속 추적하는 동시에 자금세탁을 의뢰한 범죄조직, A씨 일당이 받은 수수료 규모 등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7명이 구속 송치됐으며 총책 A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사와 사법 절차에서 구체적인 범죄 구조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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