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S&P100서 18년 만에 제외…주가 급락·중국 부진에 위상 흔들
나이키 S&P100서 18년 만에 제외…주가 급락·중국 부진에 위상 흔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미국 대형 우량주를 대표하는 S&P100 지수에서 18년 만에 제외된다. 한때 압도적인 브랜드 영향력을 앞세워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을 주도했던 나이키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주가와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고, 중국 시장 부진과 유통 전략 변화 속에서 경쟁 브랜드의 추격까지 거세졌다.
S&P 다우존스 지수가 발표한 정기 지수 조정에 따르면 나이키는 오는 9월 21일 미국 증시 개장 전 S&P100 구성 종목에서 빠진다. 이번 조정에서는 나이키를 포함해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콜게이트-팜올리브가 제외되고 델테크놀로지스, 팔로알토네트웍스, 아리스타네트웍스, 샌디스크가 새롭게 편입된다.
18년 만에 S&P100에서 빠지는 나이키
S&P100은 광범위한 미국 주식시장을 추적하는 S&P500 구성 기업 가운데 대형 기업을 선별해 구성하는 지수다. 따라서 이번 제외가 나이키의 S&P500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기업 집단을 구성하는 S&P100에서 장기간 이름을 올렸던 나이키가 빠진다는 점에서 최근 기업가치 변화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나이키를 대신해 들어가는 기업들이 모두 정보기술 기업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델테크놀로지스와 사이버보안 기업 팔로알토네트웍스, 네트워크 장비 기업 아리스타네트웍스, 데이터 저장장치 기업 샌디스크가 S&P100에 합류한다. 지수 조정은 개별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치와 지수 대표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나이키의 기업가치 하락은 주가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9월 4일 나이키 주가는 38.40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179.10달러와 비교하면 약 79% 낮다. 같은 날 기준 시가총액도 약 57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최고가를 기록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투자시장에서 평가받는 회사의 규모가 크게 축소된 셈이다.
2024년과 비교하면 매출 줄고 순이익은 큰 폭 감소
나이키의 최근 실적은 주가 하락의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다. 회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26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은 463억9800만달러였다. 2025회계연도 463억900만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4회계연도 매출 513억6200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9.7% 감소했다.
수익성의 하락 폭은 매출보다 컸다. 나이키의 순이익은 2024회계연도 57억달러에서 2025회계연도 32억1900만달러, 2026회계연도 31억800만달러로 감소했다. 2년을 기준으로 보면 약 45.5% 줄어든 규모다. 매출 감소와 함께 이익 창출력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다만 2026회계연도 매출을 전년과 비교하면 0.2%가량 증가했다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즉 최근 2년 전체를 놓고 보면 매출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가장 최근 회계연도만 비교하면 감소세가 일단 멈춘 모습이다. 순이익은 전년 32억1900만달러에서 31억800만달러로 다시 감소했다.
DTC 확대 이후 다시 중요해진 도매 유통망
나이키가 직면한 문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유통 전략이다. 나이키는 자사 온라인몰과 직영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TC 방식을 확대하면서 기존 도매 유통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특히 2020년 이후 이 전략을 강화하면서 여러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일부 유통업체와의 거래를 축소했다.
DTC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고 유통 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포츠 신발 시장에서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 매장에서 비교하고 직접 착용한 뒤 구매하려는 수요도 존재한다. 나이키가 일부 외부 판매망에서 물러난 사이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나이키가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를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변화와 연결된다. 실제 2026회계연도 나이키 브랜드 매출을 판매 경로별로 보면 도매 고객을 통한 매출은 274억5300만달러, DTC 매출은 177억2000만달러였다. 온라인과 직영점만으로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외부 유통망과 직접 판매를 함께 활용하는 전략의 중요성이 다시 커진 것이다.
호카·온 성장으로 달라진 러닝화 경쟁 구도
나이키가 유통과 제품 전략을 조정하는 동안 러닝 시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호카와 온이다. 두 회사의 최근 실적은 스포츠 신발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를 보여준다.
호카를 보유한 데커스의 2026회계연도 실적을 보면 호카 브랜드 순매출은 25억8730만달러로 전년의 22억3309만달러보다 15.9% 증가했다. 호카의 도매 매출은 같은 기간 18.2%, DTC 매출은 12.0% 늘어 두 판매 경로에서 모두 성장했다.
스위스 스포츠 브랜드 온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온의 2025년 순매출은 30억1400만 스위스프랑으로 전년보다 30.0% 증가했다. 이 가운데 DTC 매출은 33.7%, 도매 매출은 27.5% 증가했다. 직접 판매와 외부 유통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전체 매출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나이키의 어려움을 단순히 특정 경쟁사의 등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준다. 소비자가 러닝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양해졌고, 전문 러닝 브랜드가 제품과 유통망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과거보다 경쟁 구도가 복잡해졌다. 오랫동안 강력한 인지도를 유지해 온 나이키도 제품 경쟁력과 소비자 접점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중화권 매출 11% 감소…지역별 실적 격차도 과제
중국 시장 역시 나이키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2026회계연도 나이키의 중화권 매출은 58억4700만달러로 전년 65억8600만달러보다 11% 감소했다. 2024회계연도 75억4500만달러와 비교하면 2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은 205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은 125억7200만달러, 아시아태평양·중남미 지역은 62억4300만달러였다. 세계 각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나이키 입장에서는 중화권의 지속적인 부진을 다른 지역의 성장으로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가 실적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중국에서는 안타와 리닝을 비롯한 현지 스포츠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과 매장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이키는 중국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P100 제외가 보여주는 나이키의 현재 위치
나이키의 S&P100 제외는 그 자체로 회사의 사업 실패나 미국 증시에서의 퇴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이키는 여전히 S&P500 구성 기업이며 2026회계연도에도 463억9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기업이다. 이번 변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과거 나이키가 차지했던 시장 지위와 현재 기업가치 사이의 간격이다.
2021년 고점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매출과 순이익은 2024회계연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핵심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는 매출 감소가 이어졌고, 러닝화 시장에서는 호카와 온을 비롯한 경쟁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했다. 여기에 직접 판매를 강조했던 유통 전략도 다시 도매 파트너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9월 21일 예정된 S&P100 구성 종목 변경은 이런 여러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 이뤄진다. 오랫동안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아 온 나이키가 제품과 유통, 지역별 시장 전략을 어떻게 재정비하고 실적과 기업가치를 회복할지가 앞으로 시장이 확인할 핵심 지점이 됐다.